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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는과 이/가 — 규칙 열 개 대신 질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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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생이에요」와 「제가 학생이에요」는 둘 다 맞는 문장인데 뜻이 다릅니다. 이걸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설명이 규칙을 열 개쯤 늘어놓고 끝납니다 — 외울 것이 늘어날 뿐, 막상 문장을 쓸 때는 도움이 안 됩니다.

규칙 대신 질문 하나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이 말을 처음 꺼내는 건가, 아니면 아까부터 하던 얘기인가?

처음 꺼내면 이/가, 하던 얘기면 은/는

옛날이야기의 첫 두 문장이 이 규칙을 가장 깔끔하게 보여 줍니다.

옛날에 한 할아버지 살았습니다.
그 할아버지 매일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첫 문장에서 할아버지는 처음 등장합니다 — 이/가. 두 번째 문장부터는 이미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 은/는. 순서를 바꿔 「옛날에 한 할아버지는 살았습니다」라고 하면 어색한데, 듣는 사람이 모르는 할아버지를 이미 아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소개는 「저 학생이에요」입니다. 「저」는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라 새로 꺼낼 것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제 학생이에요」는 「(그 학생이 누구냐면) 저예요」에 가깝습니다. 누가 학생인지 묻는 자리가 아니면 이상하게 들립니다.

묻는 말이 답을 정해 준다

이 규칙이 눈에 보이는 자리가 의문사입니다.

왔어요? — 제임스 왔어요.
제임스 왔어요? — 네, 제임스 왔어요.

「누가」는 모르는 것을 묻는 자리라 이/가가 붙고, 답도 그 자리를 그대로 채우므로 이/가입니다. 「제임스는 왔어요?」는 이미 제임스 얘기를 하고 있을 때 — 왔는지 안 왔는지만 묻는 것입니다. 「누가 왔어요?」에 「제임스는 왔어요」라고 답하면 묻지도 않은 다른 사람 얘기를 꺼내는 느낌이 됩니다.

은/는은 「말하자면」에 가깝다

은/는이 붙으면 그 앞말이 「~로 말하자면」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대조가 저절로 풀립니다.

커피 좋아하는데 우유 싫어해요.

「커피로 말하자면 좋아하고, 우유로 말하자면 싫어한다」. 둘을 견주고 있으니 양쪽 다 은/는입니다. 여기에 이/가를 쓰면 비교하던 흐름이 끊깁니다.

말하지 않은 쪽까지 딸려 오는 것도 은/는입니다. 「저는 김치 먹어요」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그럼 못 먹는 게 따로 있구나」로 알아듣습니다. 그럴 뜻이 아니었다면 「김치 먹어요」라고 해야 합니다 — 이건 실제로 학습자가 자주 겪는 오해입니다.

문장 속의 문장에는 은/는이 못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취향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명사를 꾸미는 자리(관형절) 안의 주어는 반드시 이/가입니다.

만든 음식 (○)
만든 음식 (×)

「제가 좋아하는 노래」, 「비 오는 날」, 「사람 많은 곳」 — 전부 같은 자리입니다. 문장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이 규칙이 자주 걸리는데, 규칙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저는」으로 문장을 시작하는 버릇이 관형절 안까지 따라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 처음 꺼내는 것 · 의문사 자리와 그 답 · 관형절 안의 주어 → 이/가
  • 이미 하던 얘기 · 대조 · 「~로 말하자면」 → 은/는
  • 말하지 않은 쪽까지 딸려 오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은/는을 피한다

그래도 규칙을 다 안다고 문장이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 자리는 읽어서 아는 것과 써서 아는 것의 차이가 유난히 큽니다. 이 사이트에는 N이/가N은/는 쪽이 따로 있고, 두 표현을 조사 20가지 안에서 나란히 견줘 볼 수도 있습니다. 문장을 직접 써서 확인받고 싶으면 「이/가 와 은/는 가려 쓰기」 코스에 그 연습이 두 레슨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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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뜻풀이 출처: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 CC BY-SA 2.0 KR